8.25 민주노총 대의원대회 유회 사태에 부쳐
8월25일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의 유회로 조직혁신의 열망은 좌절되었다. 그러나 우리는 이번 대대 사태를 계기로 대의원 직선제가 조속히 실시되어야 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의원들의 책임성과 자발성을 높이고, 대의원에 대한 조합원 대중의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조합원에 의한 대의원 직접선출이 최선의 방도이기 때문이다.
이번 대의원대회 유회로 인해 조직혁신에 대한 기대가 좌절되었지만 그 보다는 엄혹한 열사정국임에도 조직 전체적으로 긴장감을 느낄 수 없었다는 점이 더욱 뼈아픈 것이었다. 대의원들의 참여가 저조했던 것은 조직혁신에 대한 각 주체들이 열정이 높지 않아서이지만 이것만으로는 이번 유회 사태를 설명할 수 없다. 오히려 노사정대표자회의에 참여하며 노동자를 살해한 노무현정부에 대해 대립선을 명확히 않았던 지도부, 그리고 포항건설노동자들과의 연대투쟁을 조직하는데 무능했던 각급단위의 책임이 더욱 크다. 회의장 뒤쪽에 걸려 있던 하중근 열사의 걸개그림을 마주하기에 부끄럽게도 우리 또한 열사정국에서 무엇을 했는지에 대해 스스로 반성한다.
투쟁으로 하나가 되고, 투쟁으로 위기를 돌파하는 것은 자본주의와 맞서고 있는 대한민국 노동자들의 숙명이다. 투쟁의 결의에 충만한 지도부와 그러한 지도부를 믿고 헌신을 다하는 조합원들을 기대하는 열망이 바로 민주노총 혁신의 요구인 것이다. 직선제 요구는 바로 이러한 혁신이 출발점이자 혁신의 대중적 기초인 것이다. 민주노총의 힘이 조합원으로부터 비롯된다는 간단한 진리는 민주적 절차와 민주적 토론, 민주적 결정을 통해 현실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대의원대회의 주요한 안건이 일반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쟁점은커녕 사실관계조차 알려지지 않은 점이나, 대의원대회 직전 전조직 토론을 결정했음에도 조합원들의 토론 참여가 배제되었던 순회토론회 방식은 아직도 노동조합 민주주의를 위해 우리의 갈 길이 요원함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땅에서 노동조합 민주주의는 자신의 말에 책임을 다했던 책임정치, 대의기구의 대표로서 선거구 조합원들의 의사를 존중해온 역동적인 대의정치, 그리고 총회에서 승부를 보는 직접민주주의에 의해 발달해왔다. 특히 총회민주주의로 대변되는 직접민주주의와 직선제는 노동조합 민주주의의 확대의 중요한 계기로 작동되어 왔다. 대표적인 예로 어용노총의 굴레를 벗고 직선제를 통해 민주집행부를 선출한 철도노조가 있다. 이번 대의원대회에서도 이미 대규모 단위로 직선제를 실시하고 있는 공무원노조와 전교조 소속의 대의원들의 경우, 임원 대의원 직선제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고, 다른 대다수 대의원들도 지지를 보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오늘날 민주노조의 위기는 다양한 방향에서 오고 있지만 이를 극복하는 것은 노동조합 민주주의의 확대, 직선제를 통한 조합원들의 슬기와 상식에 의존하는 가운데서 찾을 수 있다. 우리는 직선제를 쟁취하기 위한 흐름을 만들고 이를 통해 조합원 대중의 자발적인 참여속에서 민주노조의 맥을 살려내는데 모든 힘을 경주할 것이다. 9월 대의원대회에서 조직혁신안이 온전한 내용으로 결의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을 경주할 것이다. 이를 위해 조합원 서명운동을 비롯한 대중적 활동을 통해 아래로부터 민주노총 혁신을 반드시 이루어 나갈 것이다. 이제 민주노총혁신의 닻은 올랐다. 직선제 운동부터 시작해 민주노조운동 전반에 대한 혁신을 통해 민주노총이 역사발전의 주역이 될 수 있도록 보다 많은 동지들의 열렬한 호응을 기대한다.
2006년 8월 30일
민주노총 혁신을 위한 임원-대의원 직선제 추진위원회 초동모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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