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적인 현대 원청 자본에 맞서 힘차게 투쟁하는
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 동지들에게 드립니다.
2005년 10월 5일 l 노동해방 학생연대 l nohak.jinbo.net
동지들 반갑습니다. 저희는 노동자의 피를 빨아 먹는 현대 자본가나 이들에게 빌붙어 있는 관리자·용역깡패와 같은 삶을 살지 않기 위해, 그리고 이 땅의 주인인 노동자들과 함께 투쟁하기 위해, 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이지만 이렇게 노동의 현장이자 투쟁의 현장인 기아차 공장으로 달려왔습니다.
동지들이 지난 6월에 노조를 건설한 후 인간답게 살기 위한 요구를 쟁취하기 위해서 그 악랄한 현대자본에 맞서 치열하게 싸워왔다는 소식을 멀리서 나마 접해왔습니다. 머리가 깨지고, 뼈가 부러지고, 몸에 신나를 끼얹고, 차에 치이고, 불법 납치 되는 등 정말 무법천지와 다를 바 없는 공장의 소식은 정말 처참했습니다. 이렇게 늦게 서야 동지들과 연대하게 되어 죄송한 마음이 한 구석에 남아 있었지만, 기아차 동지들과 실천적인 연대를 하면서 풀어나가고자 합니다.
저희는 서울 근로복지공단 앞에서 사측의 탄압과 감시로 인한 정신질환을 호소하는 하이텍RCD코리아 노동자들과 연대해왔습니다. 기아차 동지들의 요구와 같이, 노조를 건설했다는 이유로, 단체협상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정신질환을 겪게 되는 것은 비단 하이텍 노동자들만의 이야기가 아닐 것입니다. 이윤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못할 것이 없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생존권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전체 노동자들 모두가 정신질환에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법으로는 하루 8시간 노동을 말하고 있지만, 어느 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가 8시간만 일해서 제대로 먹고 살 수 있습니까? 매일 잔업과 주말 특근은 선택사항이 아니라 필수가 되었습니다. 매일 고되고 반복되는 작업에 많은 노동자들이 골병에 들고, 고통을 호소하는 노동자들은 다음날 잘리기 일 수입니다.
이렇게 노동자들의 몸과 마음을 끝도 없이 괴롭히는 사회는, 결국 올해도 어김없이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았습니다. 어찌 보면 지금까지 자본과 정권이 벌이고 있는 탄압을 보면 당연한 결과일 것입니다. 기아자동차 동지들과 같은 일을 했던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 류기혁 열사가 있고, 추석을 앞두고 자그마한 희망조차 빼앗겨버렸던 트레일러 운전기사 김동윤 열사가 있습니다. 우리가 이들을 열사라고 부르는 것은, 바로 우리가 자본에 의해 착취당하는 똑같은 노동자이자 더욱 열악한 비정규직 노동자이기 때문이요, 자본에 맞서 같은 길에서 투쟁해왔던 동지이기 때문입니다. 이젠 정말 더 이상 노동자가 죽게 되는 세상을 끊어내야 하지 않겠습니까.
비정규직 노조를 지켜내고 단체 협상을 체결하는 것이 비단 기아차 비정규직 동지들만의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울산·아산·전주의 현대자동차, 청주의 하이닉스매그나칩, 서울의 기륭전자 등 불법파견 인정을 받은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투쟁이 어렵지만 끈질기게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분노와 투쟁이 전국에서 터져 나오자, 자본가들도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향한 공격을 자행하고 있습니다. 돈도 있고, 권력도 있고, 언론까지 소유한 거대 자본에 맞서기 위한 답은 노동자들이 단결과 연대를 통해 하나가 되어 싸우는 것일 겁니다. 현재 이러한 투쟁에 바로 기아차 비정규직 동지들이 가장 앞장서고 계십니다.
동지들은 비정규직 독자 파업에서 라인을 세워내며 비정규직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현대 원청 자본이 300여명의 용역 깡패를 동원하며 이 정도면 비정규직 노조를 박살낼 수 있겠지 하고 자신만만해 할 때도, 기아차에서는 정규직 노동자들까지 함께 투쟁해서 몰아냈습니다. 이에 따라 원청은 점점 더 불안해하면서, 이제는 합법, 불법을 가리지 않고 자본의 무법천지가 어떻게 가능한 지를 보여주었습니다. 차로 노동자가 탄 차를 뒤에서 박은 뒤 폭력적으로 납치 연행해가는 일을 어느 누가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고 믿겠습니까. 하지만 그것이 바로 노동자들에게는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현재 기아차 비정규직 노조의 단체 협약을 쟁취하기 위해 투쟁하고 있지만, 이것은 비정규직 노동자만의 과제가 아닐 것입니다. 아니, 분명히 아닙니다. 현대 원청 자본은 정규직 노조와의 임단협 교섭에서 비정규직 문제를 다루는 것처럼 얘기하지만,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를 그대로 유지하거나 조금 밀고 당길 뿐, 그 구분과 차별을 결코 없애려 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더 열악한 비정규직을 담보로 정규직을 통제하기 위한 것이요, 정규직은 비정규직과 다르다는 것을 유포하며 투쟁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숨을 죽이기 위한 것입니다. 그리고 자본은 어찌나 악랄한 지 비정규직 내에서도 1차·2차·3차 하청을 구분하여 통제를 합니다.
이렇게 자본가들이 만든 틀을 우리 노동자가 그대로 따른다면, 제일 먼저 2차·3차가 당할 것이고, 그 다음은 1차 하청이 될 것이고, 그리고 그 다음은 바로 정규직 차례가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될 것을 알면서도 자기 차례가 될 때까지 투쟁을 회피하고 자기 안일만을 얘기한다면 노동자의 희망은 없을 것입니다.
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가장 먼저 앞장서서 싸우고 있습니다. 이 소중한 투쟁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서는, 정규직 노동자들이 계급적인 연대로 나서야 합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연대투쟁은 나아가 ‘현대 원청 자본에 맞선 하나 된 공동의 투쟁’이 되어야 합니다. 비정규직 노조가 절체절명에 놓인 지금, 정규직 동지들의 결의가 너무나도 절실합니다. 비정규직을 철폐하고 전체 노동자의 생존권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은 비정규직의 앞장 선 투쟁과 정규직의 계급적인 연대를 통해서만이 가능합니다.
당당하게 투쟁으로 나선 기아차 비정규직 동지들. 현대 원청 자본이 우리의 노조를 꺾을 수 없음을, 강고한 투쟁을 통해 똑똑히 보여줍시다. 동지들의 단체 협약 쟁취하기 위한 처절한 투쟁은 비정규한을 풀기 위해,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모아내고 상승시키기 위해, 강고한 단결과 투쟁으로 반드시 승리합시다. 저희 학생들도 노동해방으로 향하는 그 길에 한 걸음 한 걸음 같이 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투쟁!
열사의 외침이다, 비정규직 철폐하자!
살인자본 박살내고, 구속동지 구출하자!
정규직 비정규직, 공동투쟁만이 살길이다!
비정규직 총단결로, 노예와 같은 삶 박살내자!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