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노조운동과 사내하청노동자 ①
비정규직 투쟁에 정규직노조 연대 ‘천차만별’
최근 사내하청 투쟁에 대한 정규직노조 연대의 현주소
“비정규직 철폐”. 850만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민주노총의 구호가 공허하게 들리고 있다. 50억 비정규기금 모금, 비정규권리입법쟁취 등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노동계의 다짐에도 '현장'은 아직 '냉랭하다.' <매일노동뉴스(레이버투데이)>는 4회에 걸친 기획을 통해 현재 투쟁중인 비정규직사업장 중 정규직노조의 연대 수준을 되짚고 정규직, 비정규직 활동가로부터 침체된 현장조합원 정서의 원인과 분석을 직접 듣는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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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지회의 단협체결 등 원·하청 공동투쟁을 묻는 기아차노조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정규직 조합원 10명 중 6명은 ‘반대’표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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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대우 창원지부 지부장 및 임원 신임투표결과 신임율은 34%, 사실상 집행부의 비정규직사업에 대한 찬반투표였기 때문에 ‘도급 반대, 불법파견 전원 정규직화’라는 사업기조가 흔들리게 됐다.
노동계의 최대 숙제인 비정규직 문제가 정규직 조합원들의 외면으로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 하면 지나친 것일까. 최근 GM대우 창원지부, 기아차노조의 이같은 투표결과는 사내하청노동자들의 투쟁에 반드시 정규직노조의 ‘연대’가 수반돼야 한다는 당위성을 들지 않더라도 비정규직 운동의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최근 들어 사내하청노조(지회)의 조직률이 급격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금속연맹에 따르면 현재 현대차비정규직노조를 비롯해 1개 노조 14개 지회 등 5천여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조직됐다. 그러나 대부분 노조 설립(가입) 후 업체 폐업 및 계약해지 등 노조탄압으로 인해 ‘노조’ 자체의 존속 여부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 하이닉스-매그나칩 사내하청지회
ⓒ 매일노동뉴스
바로 1년 전 하이닉스-매그나칩 청주공장에 사내하청노조가 설립됐다. 지난해 10월22일 창립총회를 열고 금속노조에 가입한 하이닉스-매그나칩 사내하청지회. 곧바로 4개 업체에 임단협 체결을 요구하며 교섭을 신청했지만 이들 업체는 12월25일 업체를 폐업하고 180여명의 노동자들을 12월31일자로 계약해지 했다.
‘비정규직 철폐, 불법파견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10개월째 농성을 계속하고 있는 사내하청지회의 투쟁에 그러나 정규직노조의 연대는 찾아볼 수 없다. 하이닉스와 매그나칩이라는 2개로 분사된 반도체회사에 각각 정규직노조가 있긴 하지만 상급단체가 금속노조인 사내하청지회와 달리 정규직노조는 금속노련이 상급단체다.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이 “하이닉스 사태해결에 나서겠다”며 직접 원청노조인 하이닉스노조와 하이닉스-매그나칩 사내하청지회의 자리를 주선하는 등 공을 들였지만 어떤 결론도 도출되지 않았다.
노동부로부터 불법파견 판정을 받는 등 하이닉스-매그나칩의 사용자성이 인정된 지금, 여전히 하이닉스-매그나칩 정규직노조는 비정규직 문제에 연대가 아닌 ‘방관자’적 자세를 바꾸지 않고 있다.
◇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지회
상급단체가 다르기 때문에 하이닉스-매그나칩 사내하청지회의 투쟁에 정규직노조의 연대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올해 6월13일 창립총회를 갖고 금속노조로 가입한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지회의 경우, 정규직노조인 현대하이스코노조는 금속연맹 소속 사업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단 한번의 ‘연대’도 없었다고 지회는 주장한다.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지회 역시 노조탄압 과정은 하이닉스-매그나칩을 쏙 빼닮았다. 공식적인 노조활동이 시작되자 4개 업체를 폐업시키고 120여명의 조합원들을 길거리로 내몰았을 뿐만 아니라 지회 간부 및 조합원들의 부당전출 및 정직, 감봉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상황이 악화되자 금속연맹이 현대하이스코노조와 간담회를 갖고 원청과 간담회 자리를 주선해줄 것을 요구하는 등 비정규직지회 투쟁에 연대를 호소했지만 현대하이스코노조는 단위사업장 사정을 이유로 중립적인 입장을 견지하겠다는 입장만을 밝히고 있다.
오히려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순천시장이 현대하이스코 순천공장장과 간담회를 진행하고 민주노총 광주전남본부가 오는 25일 파업을 결의하는 등 사태 해결을 위해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차 비정규노조(지회)
ⓒ 매일노동뉴스
2003년 3월 현대차 아산공장 사내협력업체 하청노동자가 같은 회사간부로부터 식칼로 발뒤꿈치 아킬레스건을 두 차례나 찔리는 ‘식칼테러’ 사건. 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인 월차신청에 이같이 충격적인 일이 발생했다. 같은해 아산 사내하청지회의 금속노조 가입과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설립, 그리고 올해 2월 전주 비정규직지회의 금속노조 가입 등 현대차 아산, 울산, 전주 3개 공장에 모두 비정규직노조(지회)가 설립됐다.
현대차비정규직노조(지회)들은 모두 노조(지회) 설립 직후 업체 계약해지를 비롯해 간부 및 조합원에 대해 해고 및 징계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등 노조탄압의 대명사. 이는 결국 올해 9월4일 류기혁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조합원을 죽음으로 내모는 최악의 상황으로까지 치달았다.
계속되는 비정규직노조 탄압에 현대차노조는 지난해 노동부로부터 현대차가 불법파견 판정을 받자, 비정규직노조(지회)와 ‘불법파견 원하청연대회의’를 구성하는 등 공동행보를 하고 있다. 연대회의는 지난 6월 ‘비정규직 조직화 방침’에 따라 정규직노조와 비정규직노조(지회)가 함께 비정규직노조로 집단가입을 추진, 울산·아산·전주 등 2,500여명 조직화에 성공하는 등 연대의 정형을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정규직노조는 비정규직투쟁과 관련해 ‘공동결정, 공동투쟁, 공동책임’이라는 3가지 원칙을 제시하면서 비정규직노조와 불협화음을 빚고 있다. 실제로 올해 8월 현대차 노사의 임단협 시기 비정규직노조의 독자파업을 두고 정규직노조가 사과표명을 요구하면서 사실상 임단투 기간 내 ‘단 한번의 공동투쟁’조차 만들지 못했다.
그러나 정규직노조가 임단협 시기 사측과 불법파견 특별교섭 시행에 합의, 오는 12일 불법파견 특별교섭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기아차 비정규직지회
기아차노조 역사상 처음으로 생산현장에 용역직원이 난입했다. 비정규직지회 파업으로 중단된 공장가동을 위해 기아차가 용역직원을 고용한 것. 정규직노조인 기아차노조는 곧바로 용역직원이 난입했던 조립1공장 라인가동을 중단시키고, 특근을 거부하면서 회사쪽에 전면전을 선포했다. 그리고 지난 7일 ‘원하청공동투쟁을 위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했으나 전체 조합원 38.5%만이 쟁의행위에 찬성해 부결됐다.
비정규직지회의 파업에 원하청이 공동투쟁을 선포하고 정규직 조합원들의 의사를 물었지만 조합원들이 ‘반대’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사실상 정규직 조합원들이 비정규직지회의 투쟁에 ‘제동’을 건 셈이다. 물론 기아차노조는 투표결과와 상관없이 비정규직지회의 파업을 엄호·지지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단, 기아차원하청연대회의 입장에 따라 ‘공동투쟁, 공동결정, 공동책임’ 원칙 속에서.
올해 6월4일 창립총회를 갖고 금속노조에 가입한 비정규직지회는 ‘단협체결’을 요구하며 지난 8월부터 수차례 부분파업을 벌였다. 그러나 기아차는 업무방해 혐의로 정규직 조합원을 비롯해 32명을 고소했으며, 이와 관련 지난 1일 2명의 비정규직지회 간부가 구속됐다. 또 기아차는 도급업체를 대상으로 도급계약해지를 운운해 하이닉스-매그나칩, 현대하이스코와 비정규직노동자들의 대량해고 사태가 예고되고 있다.
◇GM대우 창원비정규직지회
집행부의 비정규직 사업에 대해 정규직 조합원들이 불신임 결정을 내렸다. 지난달 30일 GM대우 창원지부가 지부장 및 임원 신임투표를 진행한 결과 34%의 조합원만이 신임을 찬성해 결국 집행부가 사퇴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현 집행부의 비정규직 방침인 ‘도급 반대, 불법파견 전원 정규직화’라는 사업기조까지도 흔들리고 있다.
현재 GM대우창원비정규직지회는 창원공장 KD업무에 인력을 공급해 오던 불법파견업체 (주)대정이 지난달 30일자로 폐업, 원청인 GM대우에 소속 노동자들의 고용유지와 직접고용, 비정규직 철폐를 요구하며 전면파업 및 천막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주)대정은 노동부로부터 불법파견 판정을 받은 직후 원청의 요구에 따라 인력도급을 물량도급으로 전환, 경영란을 이유로 업체를 폐업한 것. 이로 인해 80여명의 조합원이 폐업이후 사실상 대량해고를 당한 것.
비정규직지회는 창원지부 현 집행부가 사퇴함에 따라 원청노조인 대우차노조와 비대위를 구성한 창원지부와 함께 연대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처럼 사내하청노동자들의 비정규직노조(지회)를 설립한 후 대부분 대량해고나 정직, 감봉 등 심각한 노조탄압으로 노조의 존속 여부 자체도 쉽지 않은 상태다. 반면 정규직노조의 연대 수준은 GM대우차 창원지부의 경우처럼 적극적으로 연대했지만 정규직 조합원들에게 불신임을 받거나, 현대차, 기아차노조처럼 ‘공동투쟁, 공동결정, 공동책임’ 3가지 원칙을 전제로 정규직 조합원들의 정서를 감안해 투쟁의 보조를 맞출 것을 요구하고 있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정규직노조가 있긴 하지만 현대하이스코노조처럼 아예 비정규직지회의 투쟁에 발을 빼고 있거나, 하이닉스-매그나칩처럼 상급단체가 다르다는 이유로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는 정규직노조도 존재한다.
정규직노조의 연대 수준이 이렇게 천차만별 다르게 나타나지만 이들의 주장은 같다. ‘아직’ 정규직 조합원들의 정서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 연대할 만큼 무르익지 않았다는 것.
“비정규직 철폐”.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라며 노동계가 고심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 현장 정규직 조합원들이 적극적으로 연대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아 이를 돌파할 해결방안이 시급한 실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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