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ategory |
|
노동현장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기억이 있습니다. 재작년 세원테크 이해남 지회장 동지의 분신 이후, 그 과정을 담은 영상에서였습니다. 지회장 동지까지 잃게 한 자본의 악랄한 탄압에 분노한 한 조합원 동지가 세원테크의 동지들의 투쟁에도 불구하고 멈출 줄 모르고 돌아가던 공장 창문을 열고 “사람이 죽었어요.” “세원테크 자본이 사람을 죽였어요.”라고 외치던 영상에서였습니다. 그때, 동지를 잃은 조합원의 절규를 가로막고 화면 가득 울리던 공장의 기계음과 기계 철 덩어리에 가려 마치 암흑과도 같이 보이던, 창문사이로 빼꼼이 드러난 현장의 모습이 기억됩니다. 자본의 이윤을 위해 노동자를 죽음으로 몰아내고도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는 공장, 이것이 노동현장하면 떠오르는 영상입니다.
그러나 10월 26일, 노학연이 기아의 기습 점거 투쟁에 연대하기 위해 달려간 기아 화성 공장 현장의 모습은 달랐습니다. 그 곳에서는 노동자가 자신의 일터인 노동현장에서 주인이 되어 있었습니다. 멈춰진 라인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사장이 시키는 대로 군소리 없이 일하는 노예가 아닌, 노동자가 멈추면 생산과 세상이 멈춘다는 것을 보여주며 공장의 주인으로서의 노동자의 존재를 확실히 알려주었습니다.
그 동안의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염원과 기아 노동조합의 계속된 부분파업에도 불구하고 현대자본은 실질적인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하고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인 단체 협약을 체결하기는커녕, 오히려 기아 비정규직 투쟁의 선봉에서 싸워온 신성업체를 계약해지 하면서 200명의 가까운 조합원들의 생존권을 짓밟았습니다. 현대 자본은 탄압의 강도를 높이면 노동자들이 두려움에 떨며 노예처럼 일하던 그 시절로 돌아갈 것이라는 허튼 기대를 했던 모양입니다. 그러나 파업의 과정들 속에서 자본의 탄압에 맞서는 길은 오직 노동자의 단결이란 것을 깨달은 기아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이는 가당치 않은 일입니다.
기아 비정규직 조합원들은 계약해지라는 사측의 협박에 움츠려 들기는 커녕 오히려 더욱 공세적인 투쟁으로 맞설 것을 결의하며 10월 26일 자신이 일하던 현장을 기습 점거하면서 공장의 라인을 끊어냈습니다. 사측이 고용한 구사대가 험악하게 현장을 지키고 서 있었지만, 사측에 대한 울분과 투쟁 승리의 믿음으로 가득 찬 조합원들에게 이는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200여명의 구사대와의 치열한 몸싸움 끝에 화성 공장의 조립 1-2라인의 생산이 전면 중지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화성 공장 전체가 멈추었습니다.
멈춰진 라인에 위협을 느낀 사측은 악랄한 거짓선동으로 정규직과의 연대를 끊어내고, 18대의 버스에 가득 찬 구사대를 준비시켰다는 소문을 퍼트리면서 비정규직 투쟁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죽기를 각오하고 시작한다고, 신성 업체에 대한 계약해지를 철폐시키고 단협을 체결할 때 까지 물러설 수도 없는 싸움이라고 마음먹은 노동자들에게 그깟 사측의 허튼 수작이 통할 리 없습니다.
연대 온 학생들이 준비한 문선과 노래배우기 시간에 비정규직 동지들이 보여주었던 환한 웃음과, 적들에게 잡혀간 조직1국장 김수억 동지에게 편지를 쓸 때의 진지함, 공장안을 울리던 힘찬 함성들 속에서 기아 비정규직 투쟁의 승리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해고와 고소고발의 위협 속에 놓여 있지만 기아 비정규직 조합원 동지들의 얼굴에는 투쟁의 의지가 가득했습니다.
이미 싸움은 시작됐습니다. 사측이 어떠한 탄압을 준비하고 있든 기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그보다 몇 배, 아니 몇 십 배 더 강고한 투쟁으로 맞서 비정규직 철폐! 민주노조 사수! 단체협약 쟁취!를 이루어 내고 말 것입니다.
노학연이 기아 비정규직 지회 전면 파업에 결합하고 있는 동안에도, 수많은 동지들의 싸움의 소식들이 들려왔습니다.
사측의 단협 불이행과 정리해고에 맞선 kcc 박영일 지회장의 무기한 단식과 해고자 복직 쟁취/ 민주노조 사수를 외치며 크레인을 점거한 현대 하이스코 순천공장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가해진 살인적인 공권력 침탈의 소식들이 전해져 왔습니다. 자본은 이렇게 지역과 직종을 가리지 않고 노동자들의 투쟁을 짓밟고자 합니다. 이런 자본의 탄압에 맞서 우리 노동자들 또한 직종과 지역을 넘어선 연대와 단결의 모습을 보이면서 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와 투쟁을 지켜내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노동자들의 연대와 단결로 우리의 투쟁을 지켜낼 때만이 노동현장은 노동자를 위한, 노동자 자신의 소중한 일터가 될 것입니다.
비정규직 철폐! 민주노조 사수! 계약해지 박살! 기아 비정규 투쟁 승리!
노동해방 학생연대 (http://nohak.jinbo.net)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