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장3부 경남산업 복직투쟁 20일차]
그래도 다윗은 골리앗을 이겼다!
1월 25일, 주말을 앞두고 원청관리자들의 천막강제철거를 대비해 바쁜 시간을 보냈다. 1차, 2차 천막농성 때 원청관리자들에게 많은 물품을 빼앗겼다. 그래서 이번에는 물품피해라도 최대한 줄이려고 천막 안 물품들을 분주하게 지회사무실로 옮겼다. 지지 방문 온 동지들이 비품들이 텅 빈 천막을 보고는 황당해했다.
1월28일 월요일 아침, 제법 날씨가 싸늘하다. 해고당한지 벌써 4개월째다. 시간이 점점 지날수록 날씨만큼이나 동료들의 시선 또한 싸늘해지는 느낌이다. 그럴수록 피로감이 몰려든다. 우리들만 시간이 멈춘 것 같다. 다른 노동자들은 열심히 삶을 살아가는데 우리만이 시간을 세운 채로 오늘도 내일도 그리고 모레도 무기한 농성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점점 바보가 되어가고 때론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밀려오기도 한다. 그럴 때면 자신감도 상실된다. 그러나 우리들은 서로서로 격려하며 다시 힘을 낸다.
한 겨울, 천막 속에서 하루를 보낸다는 것은 엄청 힘든 일이다. 추위와 감시, 미행, 사진촬영 모든 것들이 숨을 턱턱 막히게 한다. 출입이 자유롭지 않아 공장 밖으로 나갈 수도 없다. 세상과 단절된 생활을 하고 있다. 단절된 세상과 우리를 이어주는 것은 천막을 방문하는 동지들 따뜻한 마음이다.
오늘은 몇몇 정규직 동지들이 격려를 보내왔다. 지금은 대의원 선거 기간이라 많은 힘을 보태지 못하지만 열심히 하라고 당부했다. 그리고 대의원 선거가 끝나고 나면 함께 고민하며 투쟁하자는 말을 덧붙였다.
하청업체는 허수아비에 불과하다. 복직투쟁, 겉으로는 경남산업을 상대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현대자동차 원청을 상대해야 한다. 상대는 보기만큼이나 힘이 세다. 회사의 압박은 점점 심해진다. 노조법의 절차에 근거한 정당한 쟁의행위 임에도 현대자동차 원청의 지배개입은 심해지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우리를 상대로 울산지법에 업무방해 및 출입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계란으로 바위를 깨려는 것은 아닐까? 그래도 믿자. 다윗은 골리앗을 이겼다. 왜? 우리는 혼자가 아니니까. 투쟁하는 수많은 노동자가 있는 한 우리는 하나다. 투쟁으로 하나가 된다. 이 복직투쟁, 나의 투쟁이거니와 우리 노동자들의 투쟁이다. 그렇게 믿고 이 투쟁을 시작했다. 내가 노동자고 노동자가 나라고 생각했다. 나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노동자의 일부분이다.
세상과 단절되고 시간이 멈춘 것 같아도 오늘도 피켓을 둘러맨다. 그리고 함께 현수막을 나눠들고 출근하는 길목으로, 식당 앞으로 달려간다. 부당해고다. 복직은 정당하다. 너무도 정당하다. 그렇게 시간을 세우자. 그렇게 세상과 단절하자. 오직 투쟁만이 해답이다. 투쟁! 단결투쟁!!!
2008년 1월28일
전국금속노조 현대자동차비정규직지회
투쟁하는 경남해고자 일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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